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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결혼을 앞둔 모든 이에게 - 결혼준비는 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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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7일 오후 1시, 드디어 코모가 깨롱이를 만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5개월간의 준비기간에 전세계약부터 예식장 선정, 각종 예물, 예단에 축가 부를 사람을 고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가 총 연출하였기 때문에 나름 뿌듯했지요. 물론 저희의 결혼 생활은 이제 시작이지만 말입니다.

 결혼준비에 있어서 주변에선 여자가 나서서 취향대로 고른다고 하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 역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양가 부모님과 아내를 설득해 진행해 나갔고, 모든 행위와 잡기 하나하나까지 제 손으로 고르니 보다 결혼에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5부에 걸쳐 제가 겪었던 결혼 준비에 대한 소회를 남기고자 합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이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비 신부를 찾을 때는?

 제가 결혼을 생각한 것은 꽤 오래 전입니다만, 현실적으로 접근했던 것은 28살 때입니다. 막 취직이 성공한 이후였죠. 경제력이 생긴다면 되도록 일찍 결혼하는 것이 앞으로의 제 삶을 위해서나 제 자식을 위해서 낫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또한 주거지가 타지여서 자칫 시기를 놓치면 원하는 신붓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걱정이었습니다.

 그전에도 연애를 하긴 했지만 적어도 결혼은 ‘일생일대의 비지니스’라는 것이 제 부모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제가 엄청난 재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키나 외모가 아주 뛰어나거나 학벌이 엄청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핸디캡을 가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남들의 눈에 좋아 보일 여자가 아닌 제게 꼭 맞는 여자를 찾으려면 남들과 다른 기준으로 제 아내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많은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다가 다 놓치지 않으려면 저만의 기준, 포기할 수 없는 3가지의 덕목을 갖춘 여자를 찾고자 했습니다.

 

 

 쓰다 보니 제 아내의 자랑을 하는 것 같아 쑥스럽지만요, 제가 의도하는 것은 목표를 2~3가지로 압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친구와 선배들의 말을 들으면 이들이 바라는 것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쁘고, 학벌도, 성격도, 재력도, 말투도 좋아야 한다면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이 너무 줄어들지요. 당장 결혼이 급하지 않고, 소위 자신의 ‘스펙’이 엄청나며, 그만한 상대를 소개받을 능력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배우자감을 제한하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하지만 이것저것 다 잡으려 하다 놓치는 것보다 확실하게 3가지 덕목은 잡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결혼이 늦어질수록 그간의 마음고생을 보상해줄 만한 ‘슈퍼맨’을 기다리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디 제 고언을 들어주세요. 한순간의 타이밍을 놓치면 행운을 잡을 수 없습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자 vs 결혼이 돈으로 다가오는 남자

 생각보다 많은 커플들이 결혼준비를 하면서 싸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결혼준비를 하다 보니 동료, 친구, 지인들의 결혼 준비 풍경을 주의 깊게 보게 되는데요. 대개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엄청난 비지니스입니다. 단지 거기에 사랑과 정이 스며있을 뿐이죠.

 

눈앞에 보이는 문제는 돈! 하지만 그게 아니죠~ / Tax Credits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으면 수억을 넘나드는 돈을 관리하는 데 예비 신랑, 신부는 금세 피곤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특히 돈에 민감한 남성의 경우 심한데요. 저 역시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지요.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결혼 = 돈’으로 생각되는 남성들에게 영국 왕세자비와 같은 결혼을 꿈꾸는 여성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존재입니다.

 결혼식장은 오성급 호텔에서, 드레스는 베라 왕(그것도 구입), 악세사리는 까르띠에나 티파니에서, 스튜디오와 메이크업은 국내 최고 수준, 신혼집은 강남 30평 아파트, 가구와 가전도 최신식, 신혼여행은 몰디브 섬, 마지막으로 결혼 선물은 샤넬 핸드백. 이런 식으로 가면 수억~수십억은 가볍게 넘어가게 되겠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돈’으로 보여달라고 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카드빚일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남녀는 충분히 현실과의 괴리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럴 때 결국 ‘타협과 설득’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20~30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협상의 묘가 필요하죠. 제 경우엔 이랬습니다.

 

여성이면 누구나 꿈꾸는 다이아반지 / Koshyk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지금 예물을 다이아반지 1캐럿으로 하지 않고 더 저렴하게 한다면 TV 인치가 한 그레이드 올라갈 것이다. 원빈의 땀구멍까지 보고 싶지 않아? IPTV는 덤이다.” “지금 샤넬 백을 사지 않는다면 침대가 왜 과학인지 보여주겠다. 핸드백을 사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조금만 기다렸다 사면 되지 않나?” 중요한 것은 서로가 ‘결혼할 때, 지금 때를 놓치면 다신 비싼 거 못산다’라는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때 아니면 안되’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이면 이 협상이 자칫 네가 이거 사면 나도 저거 사겠다는 망하는 길로 가게 됩니다. 주의하세요. (그리고 자꾸 신랑 신부를 꼬드기는 지인들. 당신들이 결혼할 때 사고 싶은 거 다 사세요.)

 

양가의 자존심이 부른 싸움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자잘한 것부터 큰 것까지 산더미 같이 다가와 정신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알리도 없고 알더라도 이해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지인들의 의미 없는 오지랖에 당사자들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임팩트가 크면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양가 부모님의 말입니다.

 애지중지, 금지옥엽과 같이 키워온 아들과 딸이 결혼을 하는데 이익 봤다고 생각할 부모님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말들을 마치 혼잣말이라도 하듯 던지시기 마련이지요.

“우리 딸 데려가는데 적어도 예물은 다이아몬드 세트로 해 주지 않을까?”

“우리 아들이 뭐가 모자라서 예단을 이거 밖에 안 했나?”

“우리 집에선 이만큼 하는데 저쪽에선 뭘 하시나?”

 제 삼자의 말에도 상처받지만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난감할 것입니다. 신랑, 신부뿐 아니라 그 부모님들도 환상을 가지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저희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서는 현명한 분들이셔서 제게 모든 결정권을 주시고 제 의견에 따라주셨지만 이렇게 수월하게 진행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자칫하면 양가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결혼하는 당사자들입니다. 이럴 때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모범답안이 없는 결혼생활.. / Wonderlane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결국엔 모범답안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최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어야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수월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30~40년 전의 결혼 경험과 그 정도의 연배를 가진 분들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관습’과 ‘예절’ 분야입니다.

 최근의 결혼 트렌드는 결국 최근 결혼을 치러본 사람이 제일 잘 압니다. 또한 웨딩플래너와 같은 그 분야 프로페셔널을 고용하면 더욱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결혼 당사자 본인들이 하는 겁니다.

 이상 세 가지로 간추려 결혼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을 소개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겪은 것도 있지만,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경험이 반영된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비교적 순탄하게 결혼 준비를 해낼 수 있었고 그것은 아내와 가족들, 지인들 모두의 도움이 컸습니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결혼생할 / wadem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결혼은 결국 물 밖의 백조처럼 고고하지만 백조의 물갈퀴 짓처럼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제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은지를 자문하고, 그 상대를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그 주변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결혼 준비는 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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