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여요

뉴 어벤저스 출격! 교실에서 만난 광성중학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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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학기, 저희가 맡은 학교는 인천의 광성중학교입니다. 복지센터나 기관에서 심리적 문제로 의뢰되는 아이들과 만나다가, 학교 수업시간 중에 평범한 중학생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죠. 장난스러운 악동의 기운이 느껴지는 밝고 쾌활한,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 10명이 저희 앞에 있었습니다.

 

 

청소년기의 시작을 알리는 중1~2학년 학생들의 경우 공동체 경험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이 시기는 부모의 돌봄 아래에 있다가 사회라는 정글로 첫발을 내딛는 때이죠. 이제부터 이 아이들에게 신세계와도 같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대하는 법과, 그 상대와의 경험을 통해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 저희가 맡은 역할입니다.

 

#1. 함께 어울리는 법을 알아야해요

그저 평범하고 서로 잘 어울려 지낼 것만 같던 아이들이 수업 한 두 시간 만에 각자의 얼굴을 드러내고, 좌충우돌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3조로 소그룹을 만들어 조별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 다른 친구들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의 상상을 펼치다 보니 나머지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잃어 활동이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되거나, 활동 자체를 관심 없어 하는 아이가 분위기를 주도해버려 전체가 활동에 비관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어버리거나… 어느 한 그룹도 수월하게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소그룹 활동 결과, 남자아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는 타인과의 소통방법에 대해 서툰 것이었습니다.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청소년기의 대표적인 특징인 ‘자아중심성’이 아이들마다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서로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만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공연이 제대로 준비될 리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자아중심성은 아이들의 개인적인 특성과 맞물려 협업을 하는데 다양한 태도로 나타납니다. 소그룹의 리더를 맡았던 두 명의 아이. 병호(가명)와 연우(가명) 이야기를 대표적으로 해보고자 해요. 병호와 연우가 소그룹 협업에 실패하자, 초반의 활기찼던 분위기가 점점 침체되며 아이들이 공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 병호 이야기 “이런 거 한다고 뭐 대단한 게 나오겠어요.”

병호(가명)는 첫 시간부터 돋보이는 아이였습니다. 툴툴거리는 걸로 말입니다. 앞으로 공연을 준비할거라는 이야기에는 ‘그런 거 왜 해요’ 라고 하고, 소그룹 활동을 해보니 어땠냐고 물으면 ‘그냥 잘됐어요’ 하고 성의 없게 대답하고 말아버렸어요. 그렇게 대답하는 병호의 얼굴에는 교실힐링 수업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합니다. 병호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있는 편이라서 리더의 자질이 충분했지만, 소그룹 활동에서 리더 역할을 맡자 성의 없이 시간을 보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는 병호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게 이전에 겪은 실패의 경험 때문이라는 것을 수업이 어느 정도 지나고 알게 되었습니다.

 

 

#3. 연우 이야기 “친구들은 왜 제 상상력을 알아주지 않는거죠?”

 

연우(가명)는 병호와 마찬가지로 우리 팀 아이들 중에서 가장 튀는 아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교실힐링 첫 시간, 동물 피규어로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도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기발한 스토리로 자신을 표현했지요. 풍부한 상상력만큼이나 표현에도 적극적이고 주장이 뚜렷해서 연우도 팀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소그룹 활동을 진행해보니 조원들은 연우의 적극적인 생각과 태도를 수용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연우의 독단적인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고, 연우는 이러한 조원들의 반응에 의기소침해졌습니다. 연우 또한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합니다.

 

 

#4. 목표는 성공적인 팀웍의 경험!

 

이런 상황은 비단 이 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의 자아가 부딪히는 상황은 어쩌면 ‘문제’가 아닌 당연한 ‘현상’입니다. 중학교 1학년이라는 시기는 아직 자아와 타인을 구분 짓는 경계가 모호하고, 타인에 대한 수용성 또한 굉장히 약한 때입니다.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끼리 모여있는데, 어떻게 서로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상대방은 틀렸어’라고 공격하고, ‘상대방은 날 이해 못해’라며 의기소침하기 마련이죠.

저희는 이런 자아 간의 충돌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아이들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일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인식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도록 목표를 잡았습니다. 소그룹 경험을 실패한 후, 영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공연을 만들면서 각자의 개성이 부딪힐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죠.

 

 

교실힐링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예술매체 간의 협업프로그램이라는 것입니다. 미술과 연극, 각자의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과 연극이 만나 새로운 하나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거죠. 저희가 교실힐링을 통해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도 그러해요. 아이들의 특성이 나열식으로 더해지는 것이 아닌, 모두가 조화롭게 만나 새로운 하나라는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죠. 이 과정에서 두 선생님의 협업도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소통과 협력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선생님들이 서로 의견을 맞추어가며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링을 해주는 거죠. 아이들이 공연이라는 협력작업을 통해 ‘성공적인 팀워크는 이런 거구나’, ‘생각이 다른 여럿이 모여서도 훌륭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구나’하는 걸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병호와 연우도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전의 실패한 경험을 떨쳐내야 터닝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5. 반전판을 통해 공감 이끌어내기

 

4번째 시간, 저희가 그 동안 파악한 아이들의 장점과 특성을 적은 반전판을 준비했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들은 아이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이유와 근거를 설명해주자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반전판 활동을 계기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펼쳐놓기 시작했습니다. 병호와 연우도 그제서야 감추어두었던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 실패했던 경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나한테는 딴지만 건다.’ 이런 속 깊은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오고 갔답니다. 한 친구가 이야기하면, 다른 친구들은 그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손을 잡아주었어요. 병호와 연우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친구들로부터 지지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6.진짜 영웅이 된 아이들

 

우리 팀의 공연 제목은 ‘뉴 어벤저스’로 정해졌습니다.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악덕 선생님이 등장하고, 어벤저스 영웅들이 선생님과의 격투 후 학교의 평화를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축구부원인 준수(가명)네 소그룹이 선보였던 역할극에서 연우가 영감을 얻어 대본을 완성시켰습니다. 속마음 이야기를 한 후에 자존감을 회복한 연우는 열심히 대본을 작성했고, 이 내용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친구들의 의견을 반영한 대본을 완성한 결과이지요. 연우는 숙제 폭탄, 성적지상주의, 학생 차별 등 친구들이 하나 둘씩 던진 악당 선생님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꼼꼼히 반영해 연우의 상상력을 더한 풍성한 대본을 만들었고, 자기 아이디어가 반영된 친구들은 더 신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연우는 더 자신감을 얻었구요.

병호는 공연에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무대감독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신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에 아직은 부담스러웠나 봐요. 하지만 무대감독으로서 다른 친구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었고, 무엇보다 공연과 교실힐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활발한 아이디어 회의를 한 후, 무대소품과 세트를 제작하고, 중간중간 배우 친구들을 모니터링하며 공연 연습이 흐트러지지 않고 진행되도록 도와 주었죠. 팀을 위해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반에는 의욕만 앞서고 삐걱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각자의 역할에 몰두하게 되면서, 그 다른 역할들이 다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아이들. 연결고리를 스스로 잇고 퍼즐을 맞춰나가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해 보일 수 없었습니다.

어벤저스를 맡은 아이들에 비해 학생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의욕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의상 팀에서 나서서 학생 역할 친구들의 옷을 더 멋지게 꾸며주고, 소품담당인 철민(가명)이는 먼저 나서서 어벤저스의 무기를 배우에 맞게 잘라주기도 하고, 더 만들 것이 없냐며 저희를 재촉하기도 했지요.

‘뉴 어벤저스’ 공연은 토르의 손에 악당 선생님이 쓰러지면서 성황리에 끝이 났습니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열연한 배우들과 무대 밑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소품, 의상, 음향 담당, 그리고 무대 전체를 잡아준 해설자까지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만족스런 얼굴로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알까요? 아이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미 멋진 마음의 망또를 등에 멘 새로운 영웅, 뉴 어벤저스가 되었다는 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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