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여요

성연수 마음톡톡 치료사가 전하는 예랑이 치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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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톡톡 교실힐링의 시작

‘마음톡톡 교실힐링’을 수업을 위해 제물포여자중학교에 찾아간 첫날, 교정에 들어서자 하얗게 핀 목련들이 제일 먼저 맞아줍니다. 전국에서 아름다운 학교로 뽑힌 적도 있다하니, 시작부터 꽃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교정의 변화가 기대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을 만들어 주기 위한 마음톡톡과의 만남으로 제물포여자중학교 1학년 아이들도 저마다의 다채로운 빛깔 속에서도 조화롭게 또래관계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처음 보는 선생님을 흘깃 쳐다보고서는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재잘대는 11명의 아이들, 어수선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제물포여자중학교 4반 친구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눈물 흘린 ‘웃는 원숭이’

치료사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어색함은 당연한 거였지만, 아이들 간에도 서로 서먹한 상태가 감지되었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해 반 친구들을 만나게 된지 얼마 안된 탓일까요? 몇몇 끼리끼리 친해진 아이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서로를 잘 몰라 어색한 분위기가 자주 만들어지는 상태였습니다.

“오늘 첫 시간에는 서로 자기소개를 할거야, 그러기 위해 각자 자신을 대신할 아바타를 찾으려고 해. 여기에 있는 동물모형들에서 골라보고, 자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대표 수식어를 붙여 이름을 만들어주자”

 

 

아이들은 상당한 흥미를 보였습니다. 동물모형 박스에 모여 자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동물모형을 찾느라 뒤적거리는데 여념이 없었죠. 각자 선택한 동물모형들을 손에 쥐고 골똘히 바라보기를 몇 차례, 아이들은 하나 둘씩 이름을 붙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를 직접 드러내놓고 소개하는 게 아니라 아바타를 통해 대신 말하게 되면 그 만큼 부담 없이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장난치는 걸 너무 좋아한다는 ‘사고뭉치 미어캣’, 느긋하고 느린 성격이라는 ‘배려하는 거북이’, 음악을 듣고 부르는걸 좋아하는 ‘노래하는 새’ 등등. 각자가 자신의 특성을 꼭 짚어가면서 ‘나의 아바타’를 소개해 나갔습니다.

 

 

이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아이는 바로 예랑(가명)이였어요. 예랑이 차례가 되자 예랑이는 손에 쥔 원숭이를 어렵게 펼쳐 보였는데 그 옆엔 ‘웃는 원숭이’라고 이름이 쓰여 있었어요. 그리곤 “이 원숭이는 어디에서나 웃고 있어요”라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맞아요. 예랑이 되게 잘 웃고, 항상 웃는 얼굴이에요” 라고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예랑이는 “친구들과 있을 때는 항상 웃음이 필요해요”라고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고, 눈물을 흘린 뒤 다른 부연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예랑이의 말 한마디와 눈물 방울이 많은 것을 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친구들에게 다가가겠지만, 늘 친구의 눈치를 먼저 살피겠구나, 진심으로 마음 터 놓는 친구가 없을 수 있겠구나, 많이 외롭겠구나’. 예랑이가 가진 어려움이 저의 마음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마을 길 연결하기, ‘마음’ 길 연결하기

 

예랑이의 경우는 두 번째 시간에도, 세 번째 시간에도 좀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했습니다. 예랑이가 첫 번째 시간에 눈물을 통해 보여준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의 실체를 저도 좀 더 알아야 했고 예랑이 스스로도 알아야 했으니까요.

첫 번째 시간 아바타로 자기 소개를 한 이후에 아바타가 살고 있는 환경 표현하기와 환경에 대한 스토리 만들기 시간을 연이어 가졌는데 거기서 예랑이의 마음 속이 좀 더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랑이는 웃는 원숭이가 초원 위에 혼자 살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아바타의 환경에 대해서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너무 다 보여주는 것 같아 싫다고 표현하면서요. 언제든지 예랑이가 준비 될 때 말 할 수 있다고 안심시켰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선생님이 보는 건 괜찮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예랑이는 ‘두 가지 모습의 원숭이’라는 주제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스토리에는 ‘친구들이 떠날까 봐 항상 웃고는 있지만, 돌아서면 마음이 쓸쓸하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집단 친구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경계심만 높은 상태였던 거죠.

예랑이처럼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감정은 다른 친구들한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예랑이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더 큰 폭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4반 친구들은 대부분 서로 친밀감을 느끼지 못해 자기 개방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문제상황을 해소하고자 각자의 아바타 집을 모아 마을을 형성하고 길을 연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 길 연결하기는 각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연결하고 싶은 다른 친구의 아바타 집으로 길을 내면서 그 이유를 말해주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마음톡톡 선생님들도 아주 놀라운 반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주희(가명)는 똑똑하고 매력적인 친구에요. 친해지고 싶어요”

“학업 스트레스가 많을 때 영미(가명)의 공간에 들어가면 마음이 즐거울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서 마음열기를 주저했던 아이들이 하나 둘씩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부족했는데, 마을 길 연결하기 시간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보고, 그 과정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의 시간이 된 것이었습니다. 한 명씩 두 명씩 자기표현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자, 다른 학생들도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답니다. 특히 예랑이에 대한 친구들의 감정표현은 더욱 특별했어요.

“예랑이를 웃게 해주고 싶어 길을 연결하게 되었어요”
“예랑이의 원숭이가 초원 위에 혼자 있는 게 외로워 보여서 친구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억지로 웃는 것이 아닌, 진짜 웃겨서 웃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많은 친구들이 예랑이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어도 예랑이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고 예랑이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며 마을 길을 예랑이의 공간으로 연결해주었어요. 친구들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 예랑이는 자신에게 길을 연결한 한 친구에게 “평소에 친해지고 싶었어요”라며 마음을 고백하듯이 길을 연결했고, 집단 친구들은 모두 “우와~~”하며 서로 연결점을 찾은 모습에 환호를 지르기도 했답니다.

예랑이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깊은 관심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감정을 찾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로 예랑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번 해볼게요!

 

마음톡톡 교실힐링 수업 시간이 절반을 향해 달려갈 때 즈음, 우리는 마지막에 선보일 공연 무대를 위해서 공연 기획과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연을 위해 이제 준비를 해야 될 시점이야. 먼저 우리 중에 리더를 선발해야 되는데 추천도 좋고, 자진해도 좋아. 누가 좋을까?”

저의 질문이 끝나자 예랑이가 의외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가 한번 해 볼께요!”

그 모습에서는 그 동안 마음을 닫은 채 혼자 눈물 흘리던 경계심 많은 예랑이의 모습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새로운 예랑이가 나타나 있었죠. 이전 시간들을 통해 친구들의 마음을 알고 소통하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친구들도 예랑이가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고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연 스토리를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예랑이는 돋보일 정도로 리더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 주었습니다. 공연 스토리 창작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다른 친구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게 조율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 연습 과정에서 의견이 불일치 할 때는 적절한 충고와 공감하는 태도로 문제 해결을 해나갔구요. 예랑이 스스로도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리더로서의 자질을 처음 알게 되는 경험을 한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반전모습에 벅차 오름을 느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마구 발산해 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거든요. ‘어떻게 내가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눈에 띄게 밝아지고 발랄해진 모습에 스스로 굉장히 대견해 했습니다.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 나의 강점을 발견하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공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4반 친구들은 ‘우리는 걷는다’라는 주제로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날씨의 변화처럼 다양한 아이들의 감정들과 그것들을 버텨내는 모습을 담은 내용이었어요. 대사 없이 동작으로 다양한 날씨변화에 맞추어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몸으로만 표현하려고 하니 굉장히 생소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모두 잘 해주었습니다. 관객 학생들도 우리 팀의 공연을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보였고요. 무엇보다 우리 팀 학생들이 공연을 끝마치고 내려올 때 서로를 격려해주고 수고했다며 얼싸안아주는 모습들이 너무나 대견했답니다. 공연 자체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마음을 합하여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하는 경험은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알아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친구들과 관계 맺는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졌습니다. 특히 공연을 마친 예랑이의 얼굴은 누구보다 더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자신이 리더로서 이끈 첫 번째 무대라는 점이 예랑이의 가슴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우리 모두는 저마다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파악하고, 자신만의 강점과 특색을 청소년기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시점에 자신의 강점과 특색을 인식하게 된다면,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구축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학교에 갓 들어온 어린 학생들은 그들의 또래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부모의 품에서 막 벗어나면서 학교의 교우관계가 자신의 삶을 점점 더 대체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긍정적인 또래관계 형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래관계 맺는 법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강점, 즉 리더십을 발견 할 수 있게 된 예랑이가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마치며 스스로에게 쓴 편지 글을 보면서, 2학기 마음톡톡 교실힐링이 만나고 있는 800여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또 다른 예랑이를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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